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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타베팅 이용후기
우진솔
2023-08-20- 3964 reads
- / REVIEW
그런 뒤 기다리던 점소이에게 대충 음식을 주문하고 다시 축 늘어졌다.
허공의 한 지점을 멍하니 응시하던 풍연초는 기이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. 옆자리의 오십 대 중년인이 자꾸 힐끔거리는 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다.
풍연초는 딱히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괜히 찔려서 그의 눈을 슬슬 피했다.
‘혹시 녹림이라는 걸 알아보고 저러는 걸까?’
다행히 중년인은 이내 관심을 끊는 것 같았다.
때마침 음식이 나오자 풍연초는 만사를 잊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.
그런데 탁자 위의 음식이 거의 사라져 갈 무렵이다.
까맣게 잊고 있던 옆자리의 중년인이 불쑥 말을 걸었다.
“저어 실례합니다만 여행 중이십니까?”
순간 풍연초는 가슴이 철렁했다.
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혼자 놀란 풍연초가 퉁명스럽게 되받아쳤다.
“그건 왜 물어보슈?”
“아, 죄송합니다. 제 소개를 먼저 드린다는 게 그만 깜빡했습니다. 여기 부양에 있는 수월상방의 대행수 장한영이라고 합니다. 그리고 이쪽은 제 딸이고요.”
장한영이 자신의 옆에 있던 이십 대 초반의 귀염성 있게 생긴 여자를 가리켜 보였다.
멈칫하던 여자가 묵례를 했다.
얼떨떨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장한영이 즉흥적으로 벌인 일 같다.
번갯불에 콩 굽듯 후다닥 소개를 마친 장한영이 계속해서 말했다.
“갑자기 상행을 가게 됐는데 마침 호위할 상방 무사들이 충분치 않아서요.”
“설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손 거들어 달라는 건 아니실 테고…….”
“허허, 꼭 그렇다기보다는…….”
장한영은 무안한 듯 웃으면서도 암암리에 무인들을 꼼꼼히 살폈다.
늙은 노인 하나만 눈빛이 탁하고, 나머지는 맑고 담백했다. 전신에서 풍기는 기도 역시 명문의 제자들처럼 뭔가 느낌이 좋았다.
그의 착각은 오봉십걸들이 연적하가 가르쳐 준 백자구결을 자나 깨나 암송해서 생긴 일이다.
그 백자구결이 어떤 것이던가!
구천현녀가 가르쳐 준 도가기공의 정수로 숨만 쉬어도 도력이 쌓인다. 비록 직업은 도적일지 모르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고아함은 칠파이문 제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.
더구나 오랜 풍찬노숙으로-속세의 찌꺼기를 탈탈 털어 낸 덕분에-수수함 속에 탈속함마저 엿보이니 장한영이 깜빡 속을 만도 했다.
‘믿을 수 있다’는 확신이 들자 장한영은 적극적으로 들이댔다.
“하하! 백년해로하는 부부도 그 시작은 초면인 법이지요. 그런데 어느 문파의 제자이신지 혹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?”
“우리는 비룡문의 제자들입니다.”
풍연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.
그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있는지라 생각보다 입놀림이 더 빨랐다.
“아! 비룡문이셨군요. 어느 지역에 있는지…….”
“하남?”
미처 준비 못 한 질문 앞에 풍연초의 자신감이 사라졌다.
의문형의 스타베팅 이미 눈에 콩깍지가 씐 장한영은 그걸 간파하지 못했다.
“하남의 비룡문이셨군요. 혹시 가는 방향이 같으면 저희와 동행하실 수 있으신지요? 저희는 회남을 거쳐 합비로 가야 합니다만. 아, 물론 사례는 충분히 해 드리겠습니다.”
당황한 풍연초는 눈만 끔뻑거렸다.
거절하고 싶은데 공교롭게도 가는 방향이 똑같았다.
풍연초가 거절의 말을 준비하고 있는데, 옆에서 듣고 있던 이철산이 중얼거렸다.
“어? 우리도 합비를 지나가야 하는데…….”
‘헉! 이 눈치 없는 자식.’
풍연초가 이철산을 쏘아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.
수월상방의 대행수 장한영이 딱 걸렸다는 표정으로 풍연초를 바라보았다.
***
늦은 밤 부양 외곽의 관제묘.
청석이 깔린 안마당에 십여 명이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. 아홉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, 오봉십걸들이다. 새벽의 한기와 이슬의 눅눅함 때문에 여름임에도 불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.
필요에 의해 불을 피우지만 부수적인 효과도 많다. 그중 하나가 시간이 잘 간다는 거다. 해가 떨어지면 딱히 할 일이 없다. 그럴 때 불을 지피면 한 시진(2시간)도 금방이다.
오봉십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멍한 눈으로 불을 보고 있었다. 그 흔한 음담패설도 없다. 오히려 회한에 잠긴 눈빛들이다.
지금이야 녹림의 산적이지만, 이전에 그들은 가난한 화전민. 하얗게 재를 남기고 사라지는 불꽃이 자신의 삶과도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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